☆ 남은 나를 그리 생각하지 않는다 ☆
탈무드에 나오는 이야기 한 토막이다.
상당한 부와 권력을 가지고 있던 핫산은 어느 날 갑자기
모든 것을 버리고 현자인 랍비를 찾아가
그의 문하생이 되기로 결심했다.
핫산은 최선을 다해 노력했지만 스승은 그가
아직도 속세에서 가졌던 오만함을 버리지
못하고 있음을 늘 안타깝게 생각했다.
핫산이 속해 있던 높은 계급의 특권이나 부의 잔재가
아직도 그의 의식 속에 남아 있었다.
그에게 작은 깨달음을 주어야겠다고 생각한
스승은 그를 불러 말했다.
"핫산아, 시장에 가서 양의 내장을
40Kg만 사오도록 하여라.
그러나 반드시 등에 메고 돌아와야 한다."
핫산은 즉시 마을의 한쪽 끝에 있는
시장으로 달려갔다.
핫산은 피가 뚝뚝 떨어지는 내장을
어깨에 메고 걷기 시작했다.
흘러내리는 핏물은 순식간에 핫산의 머리에서
발끝까지 얼룩지게 만들었다.
그런 험한 몰골로 마을의 절반을 가로질러
돌아가야 하는 핫산은 난감한 심정이 되고 말았다.
마을 사람들은 그를 아직도 돈 많은 세력가로 알고
있었으므로 길에서 사람들을 마주칠 때마다 핫산은 무관한 척,
태연한 척 걷고 있었지만 속마음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모욕감으로 얼룩져가고 있었다.
그만 때려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지만 이왕 시작한 것,
끝을 보고 말겠다는 오기가 생겨 꾹 참았다.
핫산이 힘겹게 사원으로 돌아왔을 때,
스승은 내장을 부엌으로 가져가서
요리사에게 전해주고 모든 제자들이
함께 나누어 먹을 수 있도록 수프를 끓이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요리사는 그렇게 많은 양의 내장을
끓여낼 만한 큰 냄비가 없다고 말했다.
"그게 문제란 말인가?"
핫산을 바라보면서 스승이 다시 말했다.
"핫산아, 지금 당장 정육점에 가서
큰 냄비를 빌려오도록 하라."
정육점은 마을의 반대편 끝에 위치해 있었다.
핫산은 피로 얼룩진 흉측한 모습으로 이번엔
반대쪽 마을을 가로질러 가지 않을 수 없었다.
길에서 사람을 마주칠 때마다 심한
모욕감으로 얼굴이 달아올랐다.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한 핫산은
또 몇 번이고 그만둘까 망설였지만
여기서 포기하면 얻는 게 아무것도 없을 것
같아 이를 악물고 스승이 시킨 대로
커다란 냄비를 가지고 돌아왔다.
그리고는 투덜 거리면서 더러워진 몸을 씻으러
부리나케 세면장으로 달려갔다.
얼마 후 스승은 핫산을 다시 불러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