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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집의 고독

배델창 2018. 8. 8. 13:08
    ♡찻집의 고독♡ 파리 시민 대부분은 호텔 방보다 조금 더 큰 아파트에 살아서 집에는 따로 서재나 손님을 접대할 공간이 없다. 자연스럽게 가까운 카페를 이용했고 파리에만 카페 1만2000여 곳이 있다. 카페는 파리지앵들의 거실이자 응접실 이다. 여기에 오면 냉난방이 제공된 환경에서 책을 읽고 글도 쓸 수 있다. 일반적으로 커피나 차, 디저트를 즐기는 곳으로 알려져 있지만 간단한 식사를 위해서도 적합하다. 카페는 동네마다 있고 보통 온종일 영업한다. 보통 자신만의 카페가 있고, 웨이터들은 단골손님들의 이름을 대부분 기억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정치적·사회적으로 혼란했던 20세기 초반 파리에 카페가 번성하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집회 허가를 받으려면 복잡하고 오래 걸렸기 때문에 카페에 사람들이 모이고 종종 토론이 이어졌다. 이곳에서 레닌과 엥겔스가 더 좋은 세상을 꿈꾸었고, 카뮈가 '이방인'을 썼으며, 사르트르와 생텍쥐페리·헤밍웨이는 삶의 순간에 대한 생각을 글로 옮겼다. 파리의 카페들은 수많은 문학에서 다루어졌고 회화 소재가 되었으며, 공연의 배경이 되었다. 이런 전통을 바탕으로 파리의 카페들은 전 세계 카페 문화의 근본을 만들었다. 파리의 유명한 카페들은 센강의 남쪽에 많다. "북쪽(La Rive Droite)은 소비하고 남쪽(La Rive Gauche)은 생각한다"는 표현처럼 남쪽에는 소르본대학을 비롯하여 많은 도서관과 서점이 있다. 그리고 그런 철학과 문학, 예술적 분위기의 중심에 카페 테이블이 있다. 이들에게 카페는 소비하는 곳이 아니고 생각하는 곳이다. 여기에는 고뇌, 유머, 슬픔, 낭만, 유혹과 같은 인생의 언어들이 존재한다. 지금도 카페를 사랑하던 사람들의 에피소드와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