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성경주해

라삐 문헌 읽기: 하느님 백성의 징표, 토라

배델창 2019. 6. 19. 11:30



[라삐 문헌 읽기] 하느님 백성의 징표, 토라

 

 

이스라엘 백성이 시나이산에서 하느님과 맺은 계약은 율법(토라)을 통해 구체화된다. 토라를 지키는 것은 하느님 백성의 본분이요 하느님께로 가는 통로이다. 예나 지금이나 유다인들은 율법을 애지중지하며 오롯이 따른다.

 

다음 미드라시들은 토라가 이스라엘에 들어오기까지의 경위를 서술한다.

 

라삐 이츠학이 말하였다. 이스라엘이 이집트에서 나올 때 그들을 위해 곧바로 토라가 기록되었다. 그러나 거룩하시고 찬미받으실 분께서 말씀하셨다. “아직 내 자손들은 건강하지 않다. 그들은 역청과 벽돌을 만드는 고된 종살이에서 이제 나왔으니 아직은 토라를 받을 수 없다.” 왜 그러한지 비유를 들어 보자. 한 임금에게 치료 중인 병든 아들이 있었는데 하루는 선생이 임금에게 말하였다. “이제 아드님을 학교에 보내셔야 합니다.” 임금이 말하였다. “아직 내 아들은 회복되지 않았는데 학교에 보내라는 말이냐? 2년 3개월 동안 더 먹고 마시며 건강해져야 한다. 그런 다음 학교에 보내겠다.”

 

거룩하시고 찬미받으실 분께서 말씀하셨다. “아직 내 자손들은 건강하지 않다. 그들이 역청과 벽돌을 만드는 고된 종살이에서 이제 나왔는데, 내가 그들에게 토라를 줄 수 있겠느냐? 내 자손들은 2년 3개월 동안 더 만나를 먹고 기적의 샘물을 마시며 건강해져야 한다. 그런 뒤에 그들에게 토라를 주겠다”(「미드라시 코헬렛 라바」, 3,13; 「미드라시 아가 라바」, 2,15).

 

라삐 예호슈아 벤 레비가 말하였다. 이스라엘이 이집트에서 나올 때 그 무리에는 심한 육체노동을 하다 장애자가 된 이들도 끼어 있었다. 역청과 벽돌을 만드는 중에 건물에서 돌이 떨어져 팔이 깨지고 다리가 부러진 것이다. 거룩하시고 찬미받으실 분께서 말씀하셨다. “장애자들에게 나의 토라를 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무슨 일이 일어났겠는가? 천사들이 알아차리고 내려와 그들을 고쳐 주었다(「미드라시 탄후마」, 이트로 8장).

 

“엉겅퀴 사이에 핀 나리꽃처럼”(아가 2,2), 라삐 아자르야가 라삐 예후다의 이름으로 말하였다. 무화과와 포도 넝쿨과 사과 과수원을 가진 임금의 비유를 들어 보자. 임금은 과수원을 소작인에게 맡기고 떠났다. 며칠 뒤에 임금이 돌아와 소작인이 어떻게 일했는지 알아보려고 과수원을 살펴보았더니 엉겅퀴와 가시들이 가득하였다. 가시들 때문에 나무들까지 다 잘라야 했다. 자르다 보니 엉겅퀴 사이에 나리꽃과 장미꽃이 피어 있었다. 그는 꽃의 향기를 맡고 마음이 진정되었다. 임금이 말하였다. “이 나리꽃 덕분에 온 과수원이 무사할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이다. 온 세상은 토라를 위해서 창조되었다. 스물여섯 세대가 지난 뒤 거룩하시고 찬미받으실 분께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살펴보셨더니 물만 가득하였다. 에노스의 세대에서도(아가다에 따르면 죄가 가득한 세대) 물만 한가득, 홍수의 세대에서도 물만 한가득, 분열의 세대에서도(바벨탑 사건을 일으킨 세대)온통 물만 한가득이었다. 다 쓸어버리려고 하셨는데 거기에서 이스라엘을 발견하셨다.

 

그분께서 그들에게 열 말씀을 주시고 그들이 “실행하고 따르겠습니다.”(탈출 24,7) 하고 대답하자, 마음이 진정되셨다. 거룩하시고 찬미받으실 분께서 말씀하셨다. “토라와 이스라엘 덕분에 온 세상이 구원될 것이다”(「미드라시 레위기 라바」, 23,3; 「미드라시 아가 라바」, 2,6).

 

“그가 말하였다. 주님께서 시나이에 오셨다”(신명 33,2). 거룩하시고 찬미받으실 분께서 이스라엘에 토라를 주실 때, 이스라엘만이 아니라 모든 민족에게도 찾아가셨다. 처음에는 에사우의 자손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토라를 받겠느냐?” 그들이 아뢰었다. “거기에 뭐라고 쓰여 있습니까?” 그분께서 말씀하셨다. “살인하지 마라.” 그들이 그분 앞에 아뢰었다. “온 세상의 주인이시여, ‘손은 에사우의 손이로구나.’(창세 27,22)라고 하였듯이, 저희 조상 에사우는 살인자의 운명입니다. ‘너는 칼을 의지하고 살리라.’(창세 27,40)고 하였듯이, 조상들은 칼에 대해서만 확실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토라를 받을 수 없습니다.”

 

이번에는 암몬과 모압 자손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가 토라를 받겠느냐?” 그들이 아뢰었다. “거기에 뭐라고 쓰여 있습니까?” 그분께서 말씀하셨다. “간음하지 마라.” 그들이 그분 앞에 아뢰었다. “온 세상의 주인이시여, ‘롯의 두 딸이 아버지의 아이를 가지게 되었다.’(창세 19,36)고 하였듯이, 저희 조상들은 간음에서 나온 운명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토라를 받을 수 없습니다.”

 

이스마엘 자손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가 토라를 받겠느냐?” 그들이 아뢰었다. “거기에 뭐라고 쓰여 있습니까?” 그분께서 말씀하셨다. “도둑질하지 마라.” 그들이 그분 앞에 아뢰었다. “온 세상의 주인이시여, ‘그는 모든 이를 치려고 손을 들고 모든 이는 그를 치려고 손을 들리라.’(창세 16,12)고 하였듯이, 저희 조상들은 도둑질과 강도질하며 살 운명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토라를 받을 수 없습니다.

 

주님께서 다 찾아다니시며 문을 두드리고 토라를 받을 수 있는지 물어보았지만 어느 민족도 나서지 않았다. 이스라엘에게 오셨을 때에야 그들이 아뢰었다. “실행하고 따르겠습니다”(탈출 24,7). 그러자 “주님께서 시나이에서 오시고 세이르에서 그들 위에 떠오르셨다. 그분께서 파란산에서 빛을 내시고 므리밧 카데스에서 오시는데 그분의 오른 손에는 타오르는 횃불이 들려 있었다”(신명 33,2;  「시프레 드바림」, 343; 「페시크타 라바티」, 21).

 

시나이는 어디에서 나온 산인가? 라삐 요세가 말하였다. 우리의 조상 이사악이 묶인 장소인 모리야산에서, 반죽에서 떼어낸 할라의(안식일 빵) 조각처럼 쪼개져 나왔다. 거룩하시고 찬미받으실 분께서 말씀하셨다. “이스라엘의 조상 이사악이 묶인 산이니, 그의 자손들이 그곳에서 토라를 받는 것이 합당하다”(「시편 미드라시」, 68,9).

 

라삐 아바후가 라삐 요하난의 이름으로 말하였다. 거룩하시고 찬미받으실 분께서 토라를 수여하실 때, 새는 지저귀지도, 닭은 퍼덕거리지도, 소는 울지도 않았다. 오파님(하느님 전차를 끄는 천사들)도 날지 않았고 사랍들도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이사 6,3)를 읊지 않았다. 바다는 출렁거리지 않았으며 짐승들은 떠들지 않았다. 온 세상이 침묵하여 고요할 때 그분의 소리가 들렸다. “나는 … 주 너의 하느님이다”(탈출 20,2; 「미드라시 탈출기 라바」, 29,9).

 

라삐들의 성찰에 따르면, 토라를 받을 기회가 세상 민족들에게 골고루 주어졌지만, 이스라엘만이 기꺼이 수락하여 그들에게 토라의 영광이 돌아왔다. 이스라엘은 토라를 받기까지도 적당한 회복의 시간이 필요하였다. 이스라엘 백성 모두에게 권리가 주어지지 않아 이집트의 고된 노역으로 장애자가 된 이들은 해당되지 않았으나 천사들이 나서서 고쳐 주어 토라를 받을 자격을 얻게 된다.

 

‘엉겅퀴 사이에 핀 나리꽃’이 과수원 전체를 구한 것처럼 물로만 가득 찬 온 세상이 구원된 것은 토라와 이스라엘 덕분이며, 시나이산은 이사악이 제물이 될 뻔한 모리야산의 일부이기에 그곳에서 토라가 전해질 수 있었다. 토라가 전수될 때 온 세상 모든 피조물이 숨죽여 엄숙하고 경건하게 하느님 현현에 집중하였다는 이 모든 미드라시는, 하느님 공경과 토라 준수에 헌신적이었던 유다인들의 신실함을 느끼게 한다.

 

* 강지숙 빅토리아 - 의정부 한님성서연구소에서 구약 성경과 유다교 문헌을 연구하고 있다.

 

[경향잡지, 2019년 6월호, 강지숙 빅토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