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곡즉전
노자 도덕경에 곡즉전(曲則全)이란 말이 있습니다.
굽어서 온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길이나 강이 직선으로 뻗지 않고 적당히 굽어있어야
자신의 의무를 다할 수 있다는 구어입니다.
굽은 길을 내어야 할 지형에서 길을 곧게 내려면 무리가 따릅니다.
조금만 돌아가면 될 것을 억지로 산을 깎아내면서까지 지형을 만들다보면
주변생태계가 파괴되고 급기야 길을 낸 애초 목적도 유명무실해져 버립니다.
그래서 산과 산 사이로 끊임없이 이어져 흐르는 강물은
우리에게 겸허하고 유연한 삶을 일러준다고 하는 것입니다.
인생길에서도 중요한 것은 때로는 돌아갈지라도
궁극적으로 나아가야 할 지향점을 잃지 않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인생은 수학문제를 풀 때처럼
딱 들어맞는 공식이나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많은 영성가들이 공통적으로 전해주는 인생길의 지혜입니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올곧고 바르게 길을 가는 것이
정도(正道)라고 배워왔습니다.
그런데 그러다보니 조금이라도 어긋났을 경우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하는 병적인 습관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신앙인이 되고 난 후 더 증세가 악화되어서
스스로 늘 같은 죄를 짓고 사는 한심한 놈이라고,
아무리 노력해도 달라지지 않는 무능한 존재라고 비하합니다.
그러나 인생길이건 신앙인의 길이건 곡즉전(曲則全),
굽어야 온전할 수 있습니다.
- 매일미사 묵상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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