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관련정보/행복한 신앙

좋은 것만 생각해

배델창 2020. 1. 21. 10:35


인생을 살아가는 법칙은 다양합니다. 인생 자체에 변수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인생을 살아가는 법칙을 아주 단순하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마치 공식대로 살면 금방이라도 행복해질 것처럼. 그러나 인생은 그야말로 변수투성이.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으로 너무 단순하고 간단한 것을 사용하면 곤란합니다.


그중의 하나가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면서 살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세상을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에게는 심리적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극단적으로 긍정적으로 보라고 권합니다. 그러나 건강한 사람들은 세상을 긍정적으로만, 장밋빛으로만 보아서는 안 됩니다.

세상을 긍정적으로만 보려는 사람들은 유아적 사고방식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자신에게는 어떤 해도 생기지 않을 거라는 근거 없는 생각을 가지고 삽니다. 자기만은 다치지 않을 거라는 생각, 자기만은 끝까지 살아남을 거라는 생각 등등. 이런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은 보호자가 없거나 위기에 닥치면 쉽게 무너지고, 심리적 질병에 쉽게 걸립니다. 함께 길을 가는 사람들에게 짐 덩어리 같은 존재가 되어 버립니다.

지나치게 긍정적인 것은 곤란하지만 적당한 긍정적 마인드는 필요합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하는 마음. 그런 마인드를 플러스 사고방식이라고 합니다. 성숙한 사람들이 역경을 헤쳐나갈 때 갖는 마음가짐입니다.

 

마음에는 바깥세상을 보는 창문이 달려 있습니다.

우리는 이 창문을 통해 세상을 보면서 세상이 이렇다는 둥 저렇다는 둥 이야기합니다. 창문을 통하여 본 세상이 전부가 아닌데도 자기가 본 것이 전부인 양 할 때 아는 체한다는 말을 듣습니다. 사람이 갖는 편견들은 좁고 작은 창문으로 내다본 세상에 대한 좁은 생각들이 만들어낸 병적인 생각들입니다. 이런 편견들은 대개 오만과 착각, 실수와 오해로 가득합니다. 이상하게도 이런 편견을 가진 사람들일수록 자신이 세상을 객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자신의 왜곡된 시각을 인정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 사람들은 세상이 왜 이 모양이냐, 왜 달라지지 않느냐고 한탄하면서 편견을 고칠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사람들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주원인자들입니다.


진실로 지혜로운 사람은 자신의 한계를 인정합니다. 자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 할 줄 아는 것과 할 줄 모르는 것 사이를 구분할 줄 아는 것이 진정한 지혜입니다. 이런 마음가짐을 가진 사람들은 아주 자연스럽고 겸손한 태도로 배우는 삶을 삽니다. 이 사람들이 진정한 사회의 멘토들입니다. 자기 한계를 지나치게 인식하면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는 것 아니냐 걱정하기도 합니다만, 그 반대입니다. 편견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더는 공부하지 않고, 자기가 아는 것을 우려먹기 바빠서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가지 않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무지를 인정하는 사람들은 배우고자 하는 열망을 가지고 늘 앞을 향하여 걸어갑니다. 마음의 창을 더 넓히고자, 마음 안에 창을 더 많이 만들고자 노력하는 것입니다.

 

살다 보면 잘 풀리지 않는 문제에 봉착할 때가 있습니다. 아예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 포기나 할 터인데 그럴 정도는 아니고, 그렇다고 해결책이 금방 보이는 것도 아닌 문제에 봉착했을 때, 우리는 머리를 싸매고 걱정하고 생각하기를 반복합니다. 심지어는 밥도 안 먹고, 쉬지도 않고, 자기 생각에 채찍질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정작 해결책을 찾지는 못하고 몸과 마음만 상할 뿐입니다.


독일 심리학자 헤르만 폰 헬름홀츠(Hermann von Helmholtz)아이디어 성숙의 법칙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해결방법이 떠오르지 않는 문제에 부딪혔을 때는 잠시 접어두고 다른 일을 하다가 가벼운 마음으로 처음부터 다시 생각하라고. 숙면하고 난 후에 떠오르는 아이디어들이 많고, 산을 천천히 오를 때 좋은 생각들이 떠오른다고 합니다.


왜 그런가? 우리의 의식은 규칙적이고 논리적 사고의 영향을 받아서 자유롭지가 않습니다. 반면에 잠재의식, 무의식은 틀을 깨는 일종의 영감, 깨달음을 던져주는데, 생각에 여유를 주지 않으면 무의식의 문은 닫히고, 의식은 점점 더 좁아져서 소위 터널비전현상(눈앞에 터널처럼 좁고 작은 구멍만이 보이는 현상)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저의 경우에는 산행과 묵주가 문제 해결의 열쇠 역할을 합니다. 걱정거리나 불안한 마음이 들 때면 다 제쳐놓고 산을 오르면서 아무 생각 없이 묵주기도를 합니다. 산을 오를 시간이 안 될 때는 마당에 모셔진 성모상 앞에서 천천히 산보하면서 묵주기도를 합니다. 그렇게 해서 제가 하려고 한 것보다 열 배는 더 큰 은총의 답을 얻었습니다.

 

짧지 않은 인생길을 돌아보면서 인생이란 무엇일까를 생각해보니 욕망이란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것이 인생이란 생각이 듭니다. 한 발자국 걷기도 힘든 늪. 여러 가지 욕망으로 가득한 늪. 지겨워서 빠져나오려고 허우적거리다가 오히려 머리까지 잠겨서 질식할 뻔도 하고, 진흙 속에 발이 걸려 넘어질 뻔도 하고, 기나긴 늪 길이 지겹고 힘겨워서 그 자리에 주저앉기도 하고, 욕망의 늪에서 빠져나왔다고 강변하는 자들의 소리에 속아 따라서 살려다가 다시 자빠지고……


그러다가 내 영혼이 머무는 늪을 자세히 들여다보기로 하였습니다. 도대체 이게 뭐지??? 그런데 그 안에서 뜻밖의 소득을 얻었습니다. 아무것도 없을 것이란 생각과는 달리 그 안에는 살아 있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그것들은 힘이 빠져가는 나에게 보양식이 되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난 후부터 늪에서 빠져나가길 포기하고 늪 안에서 살기로 하였습니다. 지겨워하지 않고, 끌어안고 살기로. 언제까지? 연꽃이 필 때까지.

 

 

* 홍성남 신부(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상담전화: 02-727-2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