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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중지추(囊中之錐)

배델창 2018. 4. 12. 13:17




    난중지추(囊中之錐)


    '도로(トロ)'라 불리는 고급 식자재 다랑어(참치) 뱃살은
    상등품 오도로(大トロ) 초밥 한 점은 수만원을 호가한다.
    하지만 다랑어 뱃살은 일본에서도 1960년대에 소량 유통을 시작했고,
    최고급 식자재가 된 것은 70년대 이후이다.
    예전에는 몸통의 붉은 살만 남기고
    기름이 많은 뱃살 쪽은 그대로 버렸다.

    동물성 지질(脂質)이 풍부한 다랑어 뱃살은
    잡은 지 몇 시간만 지나도 부패가 시작된다.
    더운 날 어선이 항구에 도착하면 썩은 냄새가 진동할 정도로 부패가 빨라
    다른 부위가 오염되지 않도록 뱃살을 바로 제거했다.
    오죽하면 '고양이도 안 먹는 생선'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다랑어를 잡은 후 급랭(急冷)시켜 유통하는
    콜드 체인(냉장 유통망)이 보급되자 상황이 급변했다.
    냉동 후 해동에 의해 신선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된 다랑어 뱃살은
    다른 어떤 식재료도 흉내 낼 수 없는 부드럽고 고소한 맛으로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또 연구결과를 보면 다랑어 뱃살에는
    심장병 예방과 뇌기능 강화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오메가-3계 불포화 지방산이 다량 함유되어 있었다.

    다랑어 뱃살이 쉽게 부패한다는 것은
    그만큼 지방산이 고급이라는 말과 상통한다.
    지금은 최고급 음식으로 귀한 대접을 받는 다랑어 뱃살이지만,
    고양이도 거들떠보지 않던 시절이 불과 얼마 전이다.

    '난중지추(囊中之錐)'라 했던가?
    좋은 자질과 재능이 있다면 당장 알아주는 이없다고 낙담할 것도 없고,
    지금 별 볼 일없다고 남 괄시할 일도 아니다.
    각자의 소질 계발과 맡은 바 소임 완수에 묵묵히 힘쓰는 이들에겐
    선물처럼 인생 반전의 세상사 이치가 찾아온다고 믿는다.

    (신상목, 前 주일대사관 1등서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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