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성경주해

라삐 문헌 읽기: 모세의 죽음

배델창 2019. 8. 21. 11:12



[라삐 문헌 읽기] 모세의 죽음 (1)

 

 

이스라엘에는 모세와 같은 예언자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다”(신명 34,10) .그럼에도 모세는 약속의 땅을 밟아 보지 못하고 죽는다. 모세의 아쉬움과 원망이 짐작되지만, 성경은 그의 처지를 두고는 아랑곳없다. 다음은 모세의 죽음 선고를 둘러싼 모세의 탄원을 소개하는 미드라시이다.

 

“주님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셨다. ‘자, 네가 죽을 날이 가까웠다’”(신명 31,14). 이를 두고 성경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그의 높이가 하늘까지 이르고 머리가 구름까지 닿는다 해도, 그는 … 사라져 버려 그를 보던 이들은 ‘그가 어디 있지?’ 하고 말한다네”(욥 20,6-7). 이는 죽음의 날을 묘사한다. 사람이 죽을 때가 되면 새처럼 날개가 생겨 하늘에 다다르고 그 날개는 부서져 떨어진다.

 

“그의 높이가 하늘까지 이르고”에서 그는 모세를 가리킨다. 토라를 받을 때 그의 발은 높은 구름 위를 걸었고, 천사처럼 거룩하시고 찬미받으실 분을 뵙고 이야기를 나누며 토라를 받았다. 그러던 그가 마지막에 이르렀을 때 거룩하시고 찬미받으실 분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자, 네가 죽을 날이 가까웠다.”

 

모세는 자신에게 선고가 내려지자 말하였다. “세상의 주인이신 주님, 그 선고를 취소하실 때까지 여기에서 움직이지 않겠습니다.” 그는 자루 옷을 입고 재 속에서 뒹굴었다. 그는 서서 그분 앞에 기도하고 간구하였다. 하늘과 땅과 모든 피조물이 흔들릴 정도였다. 하늘과 땅과 모든 피조물이 말하였다. “혹시 하느님께서 세상을 다시 세우시려는 것일까?” 하늘에서 소리가 나와 말하였다. “아직 아니다. ‘주님의 손이 그것을 이루셨다. 그분의 손에 모든 생물의 목숨이 … 달려 있다’”(욥 12,9-10 참조). 거룩하시고 찬미받으실 분께서는 일곱 궁창의 모든 문에 명령하시어, 모세에게 선고가 내려졌으니 그의 기도를 받아들이지 말고 그가 올라오지 못하게 막으라고 하셨다. 그분께서 천사들을 불러 말씀하셨다. “너희는 내려가 하늘 궁창의 모든 문을 잠가라. 모세의 기도는 장애물 없는 칼과도 같아 (문을) 찢고 자를 수 있다.”

 

그때 모세가 거룩하시고 찬미받으실 분께 아뢰었다. “세상의 주인이신 주님, 이스라엘이 당신 이름을 믿을 때까지 제가 얼마나 고생하고 실망하였는지 당신께서는 다 아십니다. 이스라엘에 토라와 계명이 내려져 그들이 받아들일 때까지 저는 그들에게 실망했습니다. 이제 조금 나아졌는데 당신께서는 저에게 말씀하십니다. ‘너는 이 요르단을 건너지 못할 것이다’(신명 3,27). 정녕 당신께서는 가짜 토라를 만드셨군요. ‘그의 품삯은 그날로 주어야 한다.’(신명 24,15)하셨는데, 이것이 고작 이스라엘이 거룩하고 신실한 백성이 되기까지 제가 고생한 사십 년 노동의 대가란 말입니까?” 거룩하시고 찬미받으실 분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아무리 그래도 이 선고는 취소할 수 없다.”

 

모세가 그분 앞에서 아뢰었다. “세상의 주인이신 주님, 제가 살아서 그 땅에 들어가지 못한다면, 요셉의 유골이 들어간 것처럼(탈출 13,19 참조) 저도 그렇게 들어가겠습니다.” 그분께서 말씀하셨다. “모세야, 요셉이 이집트에 갔을 때 그는 이방인이 아니었고 히브리인이었다(창세 39,14). 그러나 너는 미디안에 갔을 때 이방인이지(이집트 사람: 탈출 2,19) 않았느냐?” 모세가 아뢰었다. “세상의 주인이신 주님, 저를 이스라엘 땅에 들여보내지 않으시면, 저는 풀을 뜯고 물을 마시며 그 세상을 볼 수 있는 들짐승처럼 되겠습니다.” 그분께서 말씀하셨다. “그만 됐다”(신명 3,26). 그가 아뢰었다. “주님, 그렇지 않으면 저를 이 세상에서, 사방으로 날아다니며 양식을 얻고 저녁에는 둥지로 돌아오는 새처럼 되게 해 주십시오.” 그분께서 말씀하셨다. “그만 됐다.”

 

모세는 그분의 관심을 끌지 못한 것을 알고 하늘과 땅을 찾아가 말하였다. “나에게 자비를 베풀어 다오.” 그들이 말하였다. “우리가 너에게 자비를 베풀 정도면 우리가 우리한테 자비를 베풀겠다. ‘하늘은 연기처럼 스러지고 땅은 옷처럼 해지며…’(이사 51,6) 하지 않더냐.”

 

그는 해와 달에게 찾아가 말하였다. “나에게 자비를 베풀어 다오.” 해와 달이 모세에게 말하였다. “우리가 너에게 자비를 베풀 정도면 우리가 우리한테 자비를 베풀겠다. ‘달은 수치스러워하고 해는 부끄러워하리라.’(24,23)하지 않더냐.”

 

그가 별과 행성에게 찾아가 말하였더니, 그들이 말하였다. “우리가 너에게 자비를 베풀 정도면 우리가 우리한테 자비를 베풀겠다. ‘하늘의 군대는 모두 없어지고…’(34,4) 하지 않더냐.”

 

그가 산들과 언덕들에게 찾아가 말하였더니, 그들이 말하였다. “우리가 너에게 자비를 베풀 정도면 우리가 우리한테 자비를 베풀겠다. ‘산들이 밀려나고 언덕들이 흔들린다…’(54,10) 하지 않더냐.”

 

그가 바다에게 찾아가 말하였더니, 바다가 말하였다. “아므람의(모세의 아버지: 탈출 6,20) 아들아, 오늘 무슨 일이냐? 너는 나한테 지팡이를 들고 와 나를 치고 열두 개의 길로 가르지 않았느냐? 나는 너의 오른쪽에 계신 세키나(하느님의 현존) 때문에 네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무슨 일이냐?” 바다는 모세가 젊어서 한 일을 상기시켰다. 모세가 말하였다. “‘아, 지난 세월 같았으면!’(욥 29,2) 내가 네 앞에 섰을 때는 세상의 임금이었다. 지금 나는 내 몸도 가누지 못하고 관심도 끌지 못한다.”

 

모세는 내무대신에게 찾아가 말하였다. “내가 죽지 않게, 나에게 자비를 베풀어 다오.” 그가 말하였다. “모세님, 왜 그러십니까? 당신의 기도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모세는 손을 그의 머리에 얹고 울며 말하였다. “누구한테 자비를 구하러 가야 한단 말이냐?” 그때 거룩하시고 찬미받으실 분께서 모세에게 진노하시며 성경을 열어 말씀하셨다. “주님은, 주님은 자비하고 너그러운 하느님이다”(탈출 34,6). 곧바로 거룩한 영이 그분을 진정시켰다.

 

거룩하시고 찬미받으실 분께서 말씀하셨다. “모세야, 내가 두 가지를 맹세한 바 있다. 하나는 이스라엘이 금송아지를 만들었을 때 그들을 세상에서 없애고자 한 것이고, 또 하나는 너는 죽어 이스라엘 땅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이스라엘에게 한 맹세는 네가 ‘용서하여 주십시오.’(민수 14,19) 하고 간청해서 너의 간청 때문에 취소하였는데, 지금 너는 다시 나의 맹세를 취소하고 네 간청을 들어 ‘부디 건너가게 해 주십시오.’(신명 3,25 참조) 하는구나. ‘건너가게 해 주십시오.’를 지키고자 하면 ‘용서하여 주십시오.’를 취소하고, ‘용서하여 주십시오.’를 지키고자 하면 ‘건너가게 해 주십시오.’를 취소하여라.” 모세는 듣고 그분 앞에 아뢰었다. “세상의 주인이신 주님, 모세가 죽겠습니다. 이스라엘 가운데 누구든 손톱 하나도 다쳐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아직 약속의 땅에 이르지 않았는데 ‘죽을 날이 가까워’(신명 31,14) ‘요르단을 건너지 못하는’(3,27) 모세의 운명은 누가 봐도 기구하다. 유다교 전승은, 하느님의 결정을 바꾸어 어떻게든 그 땅에 들어가고자 애쓰는 모세의 간절함을 대변한다. 곧 모세는 하늘과 땅과 모든 피조물이 흔들려 세상이 다시 세워지나 싶을 정도로 애통해 하였고, 이스라엘을 신실하고 거룩한 백성으로 만드느라 사십 년 고생한 대가를 하느님께 따지기도 하였으며, 그 땅에 들어간다면 들짐승이라도 좋고 새가 되어도 좋다고 애원하였다. 하늘과 땅, 해와 달, 별과 행성, 바다에게까지 자비를 청해 보지만, 자비의 근원은 하느님이심을 확인할 뿐이었다.

 

이스라엘이 죄를 ‘용서받을지’, 자신이 ‘요르단을 건널지’의 갈림길에서 모세는 결국 자신을 포기하고 이스라엘을 살리는 쪽을 선택한다. 라삐들은 모세가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성찰함으로써, 왜 ‘모세와 같은 예언자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는지’를 확인하고자 한 것 같다.

 

* 강지숙 빅토리아 - 의정부 한님성서연구소에서 구약 성경과 유다교 문헌을 연구하고 있다.

 

[경향잡지, 2019년 8월호, 강지숙 빅토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