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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델창 2019. 12. 13. 13:35
    담 담은 어떠한 경계를 구분짓는 표시이자 영역을 보호하는 기능을 가졌을 것입니다. 외부의 그 무엇으로부터 방어하고 차단하려는 의미가 되기도 합니다. 음식을 건네주고 받는 이웃간에 정이 두터우면 담이 낮았고 그렇지 않거나 위엄있는 명문가 집일수록 높았던 것 같았습니다. 지역마다 소재들의 특성에 따라 돌로 쌓은 돌담이 있고 흙과 돌을 섞어 층층으로 쌓아올린 흙담, 그리고 현대로 접어들면서 블록이나 벽돌을 이용한 시멘트 개량식 담이 있고 최근에는 목재나 철재를 이용한 울타리형도 많이 나타나는 추세입니다. 어릴적 예사로이 생각하고 앞집 뒷집을 넘나들며 숨박꼭질을 하던 그때 오밀조밀 짜여진 돌담을 넘느라 약간 튀어나온 곳에다 발을 딛고 뛰어오르는 순간 생각지도 못한 일이 와르르르 벌어져 하늘이 노랬던 적도 있었습니다. 이와는 다르게 흙담은 오랜 풍우로 흙들이 씻겨나가 층층이 돌들이 삐져나온 듯한 모양이었지만 만져보면 아주 단단히 고정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고 풍우에 버텨내도록 그 무엇으로라도 덮개를 만들어 놓았던 기억이 납니다. 깨져나간 기왓장이나 짚을 엮어서 덧씌우기도 하였고 비닐로된 비료포대를 깔아 비를 막고 돌로 날리지 않게 눌러두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형태들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우리네 사는 삶의 이치와도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돌을 쌓아 만든 담은 아랫부분에는 비교적 큰 돌들이 쓰였고 쌓아올리는 곳곳이 큰 돌들 사이사이로 작은 돌들이 그 공간을 채워주며 서로잡고 붙들어 하나의 형태로 존재하고 있고 아랫돌에 편히 올라앉았는 듯 하지만 저도 받쳐들어야 하는 무거운 윗돌로 인해 흔들리지 않고 거친 비바람에 버텨낼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와 달리 돌과 찰지게 반죽한 흙을 이용해 층층이 쌓아올린 흙담은 돌담보다는 비바람에 약하다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흙의 점성을 높이려 짚을 썰어 반죽에 첨가하는 방법을 썼으며, 지반의 진동에 돌담은 비교적 유동성이 있는 반면 흙담은 균열에 약했음을 갈라지고 벌어진 틈을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이 부분은 개량식 시멘트 담장과도 비슷한 부분이라 더러는 틈새가 어긋나며 기울어지기도 했으니 말입니다. 우리는 타인과의 감정적인 부분에서 대립이나 상처가 생기면 침묵의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흔한 말로 담을 쌓고 산다고 합니다. 보고 싶지 않고 듣고 싶지도 않는 그런 심정으로 마음의 담을 쌓는 경우를 이릅니다. 사회공동체의 은혜를 받아 편한 자리에 올라앉았으나 저 또한 보은의 무거운 짐을 떠받치며 서로서로를 붙들고 의지하여 하나의 담장으로 살아나감에 있어 쉬이 무너지지 않는 것은 곳곳에 나 있는 틈새로 모진 풍파를 흘려보낼 수 있었음이요, 너와 내가 동고동락하는 지푸라기 인연들로 손에 손을 맞잡고 있어 홀로 떨어져나가 세찬 비에 쓰러질 일 없으니 우리가 되어 마주보고 있음에 감사하고 감사한 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버겁고 무거운 삶의 무게로 설사 조금 삐져나온 돌이라 하여도 발로 걷어차는 일은 돌만 보고 담은 못 보는 어리석음이 아닐까요. 우르르르 무너지는 것은 한 순간이요 한 번 무너지면 본 모습을 모두 잃게 되는 것이 큰 돌 작은 돌의 인연이 아니었던가요. 큰 돌도 돌이요, 작은 돌도 돌이니 제 아무리 크다 하여 구르고 구르다보면 멈추게 하는 것은 작은 돌, 우리가 어깨동무하고 살아가는 이 세상에 큰 돌이 크지 않고 작은 돌이 작지 않음에 구분할 일 무었이겠습니까? 누가 그럽니다. 내 마음을 바꾸는 일 말고는 그 아무 것도 바꿀 게 없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