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옥은 정말 있는가?
가톨릭 교회는 ‘연옥’이 있다고 가르칩니다. 연옥에 대한 가르침은 구약의 마카베오 후서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유다 마카베오는 이방인과의 전투에서 전사한 유다인들의 시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그들이 ‘우상의 부적’을 지니고 있음을 확인합니다. 그들이 성전(聖戰)에 참전하여 전사한 사실은 의로우나, 우상을 섬기는 일은 율법에 어긋나는 일이었습니다. 유다는 죽은 자들이 범한 죄를 모두 용서해 달라고 애원하면서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가 죽은 자들을 위해서 속죄의 제물을 바친 것은 그 죽은 자들이 죄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하려는 것이었다”(2마카 12,45). 만일 ‘천국’과 ‘지옥’ 밖에 없었다면 유다인들은 죽은 이들을 위해 기도해 줄 필요가 없었을 것입니다. 이미 의인 아니면 악인, 곧 천국 아니면 지옥으로 분명히 판가름이 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죽은 전사자들은 안타깝게도 ‘반쪽 의인’들이었습니다. 교회는 이렇게 ‘반쪽 의인’인 사람들이 천국에 가기 전에 거치는 정화(淨化)의 단계를 연옥이라고 보았습니다. 이 밖에도 우리는 구약에서 죽은 이를 위해 베푸는 선행을 강조하는(따라서 연옥의 존재를 시사하는) 대목을 드물지 않게 발견하게 됩니다. “산 사람 모두에게 은덕을 베풀 것이며 죽은 사람에게까지도 은덕을 베풀어라” (집회 7,33; 토비트서 참조). 또 베드로 1서의 말씀도 ‘연옥’을 시사합니다. “이리하여 그리스도께서는 갇혀 있는 영혼들에게도 가셔서 기쁜 소식을 선포하셨습니다” (1베드 3,19). 분명한 것은 여기서 ‘갇혀 있는 영혼들’이 지옥의 처지에 있는 영혼들이 아니고, 그렇다고 천국의 처지에 있는 영혼들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것도 저것도 아닌 연옥의 상태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는 것입니다. 연옥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은 매우 신중합니다. 보통 신앙인들은 연옥이란 하느님이 아주 악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선하지도 않은 인간을 벌하기 위해 만드신 일종의 반지옥(半地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보다는 반천국(半天國)으로 보는 것이 옳습니다. 부족한 인간에게 보속과 정화의 기회를 준 자비의 선물이기 때문입니다. 넓게 봤을 때, 연옥은 천국의 일부입니다. 그러므로 개신교에서 천국과 지옥만 있다고 믿는 것과 가톨릭의 교리는 완전히 다른 것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개신교에서도 개인에 따른 상급의 차이를 얘기하고 천국의 다채로운 차원을 얘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사로운 교리의 차이 때문에 등지고 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차동엽 신부 저 「여기에 물이 있다」 에서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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