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 대한 믿음이 너무나 약한 사람들. “세상 사람 믿을 놈 아무도 없어. 다 도둑놈들이야” 하면서 오로지 자신만의 성을 만들어서 사는 사람들. 그들은 불신을 안전이라고 생각하고 삽니다. 대개 이런 사람들은 양육자와의 사이에서 신뢰하는 관계를 형성하지 못한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깊은 불신의 뿌리를 껴안고 성장합니다. 다른 사람들을 믿지 못하다 보니 모든 일을 혼자 하려고 하고, 극단적인 통제방법, 다른 사람들이 들어오지 못하는 방어벽을 만들어서 그 안에서 홀로 살려고 합니다. 이런 삶은 시간이 갈수록 고립을 초래합니다. 심리적으로 자폐적이 되어갑니다. 고집불통 노인네가 되어 간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사는 사람들은 본인은 세상 물정을 다 안다고 자부심이 대단하지만, 주위 사람들로부터 늘 놀림감, 조롱의 대상이 될 뿐 존경의 대상이 되지는 못합니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이 권력을 잡으면 더 위험합니다. 패트릭 카네스(Patrick Carnes)는 이렇게 말합니다. “신뢰심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사람들은 친밀한 것과 맹목적인 것, 관심과 집착, 보호와 통제를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성장 과정이 건강치 못한 사람이 권력을 잡으면 독재를 하려고 하고, 사람들을 믿지 못해서 감시기구를 만드는 것은 필연적인 현상이란 말입니다.
이런 현상과는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들을 지나치게 신뢰해서 모든 것을 다 맡겨버리는 것입니다. 이것을 ‘자기결정권의 포기’라고 하는데, 이런 현상은 자신을 스스로 믿지 못하는 자기 신뢰감의 결핍에서 오는 또 다른 부작용입니다. 상담가들은 상담을 진행하면서 어린 시절 이야기에 집중합니다. 어린 시절의 상처가 지금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어린 시절 상처가 많은 사람, 어린 시절에 심리적 영양분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한 사람들은 어른이 되어서 여러 가지 심리적 문제에 시달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때로 성장 과정이 불우했노라고 하소연하면서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가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세상을 원망하고, 부모를 원망하면서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는 사람들. 무슨 일을 하든지 자신이 결정하려 하지 않고, 오로지 다른 사람들의 결정에 따르려고 하거나 혹은 자기는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울어 대면서 다른 사람들의 동정을 얻으려고 하거나, 심지어는 스스로 정신병에 걸려서 평생을 가족들이 부양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이런 여러 가지 정황에 대하여 심리학자인 펄스(Perls)는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들이 어린 시절 문제 때문에 성장하지 못했다고 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사람들이 성장하지 못하는 것은 성인으로서의 책임을 지기 거부하기 때문이다. 물론 어린 시절의 경험이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성장 가능성은 어느 때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어떤 일이든 본인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대개 미성숙한 사람들, 소위 덜떨어진 사람들은 갈등상황이 닥치면 정신을 차리지 못하거나, 다른 사람들이 자기 일을 대신 선택해 주고 결정해 주기를 바랍니다. 이런 덜떨어진 행동을 하는 것은 자신이 선택하고 결정한 것에 대하여 책임지고 싶지 않다는 무책임한 마음 때문입니다. 불편한 것, 하기 싫은 것은 피하려고 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에게 짐을 전가하는 지독한 이기심입니다. (모든 것을 하느님이 다 알아서 해 달라고 기도하는 사람들의 심리도 유사합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결정하는 훈련은 아주 중요합니다. 무엇을 결정하고 결과가 어떠한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기 인생의 문제에 대하여 스스로 결정하는 행위 자체가 중요합니다. 쉬운 예로 음식 만들기를 들어보지요. 음식을 만드는 데 자신이 없지만 만들어보겠다고 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처음에는 맛없는 음식을 만듭니다. 그러나 ‘나도 할 줄 아는구나’ 하는 자신감이 생기고, 그 자신감이 음식 만들기에 대한 열정을 만들고, 그 열정이 공부하고 훈련하게 만들고, 그런 과정을 통하여 마스터 셰프가 되는 것입니다. 인생의 모든 것은 자신이 해야 한다는, 자신이 결정하고, 선택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그 사람의 정신을 건강하게 만들어 줍니다. 그러나 노상 다른 사람들에게 의지하고 살려는 사람들은 평생을 골골하면서, 죽는소리 하면서, 거지 근성이나 키우면서 사는 신경증 환자가 되거나 혹은 아예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고 정신병 속으로 도망가서 평생 부모 속을 썩이면서 살거나 하는 짓들을 합니다.
삶에 대한 열정, 삶에 대한 의지를 갖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희망을 갖습니다. 그리고 기대를 가져봅니다. 그러나 축 늘어져서 징징대기나 하고, 혹은 아예 널브러져 버리는 사람들은 지겨운 마음이 들게 하고, 죽더라도 기억 속에서 삭제하고픈 마음이 들게 합니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입니다. 어린 시절 상처나 집안 문제나 혹은 기타 등등 여러 가지 문제들 때문에 자신이 불행하게 사노라 울어 대는 것은 거지 근성일 뿐, 자기 인생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습니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 무엇이든 하시길 바랍니다. 잘되는가, 못 되는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떨어지는 떡고물이라도 얻어먹을 것입니다. 벳자타 연못 근처에서 병을 고치려는 의지를 포기하지 않았던 병자를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내 인생을 책임질 사람은 나밖에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얹혀살 생각일랑 아예 마시길.
* 홍성남 신부(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상담전화: 02-727-25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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