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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는 가장 경계해야 할 악습입니다

배델창 2019. 12. 11. 11:04



나태는 가장 경계해야 할 악습입니다
    
    악습 중에서 우리에게 가장 달콤하게 다가와 
    친해질 위험의 소지가 높은 악습 가운데 으뜸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게으름이 아닐까 싶습니다. 
    때로는 달콤하게 느껴져서 더 골치가 아픈 게으름이기에 
    잘 파악하여 대처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곧잘 다른 것은 다 이해할 수 있지만 
    게으름피우는 꼴은 도무지 볼 수가 없다고 말하기도 하는데요. 
    자녀가 게을러서 부모님의 속이 썩어 내리고 
    남편의 게으른 모습에 만정이 떨어진다는 하소연을 흔히 듣는 이유이겠지요. 
    이렇듯 나태하고 게으르게 지낼 때, 
    그것을 보는 사람의 속에서 열불이 터지게 만들기 일쑤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더욱 나태가 아주 고약한 악습임을 깨닫게 됩니다. 
    그런데 이 악습에 너도 나도 젖어들고, 
    왜 이렇게 게으름이란 고약한 것에 쉬이 젖어들어 삶을 망치기까지 하는 것일까요?
    여기서 먼저 짚어야 할 부분이 있는데요. 
    그것은 하느님께서 말씀하시는 나태가 
    우리가 생각하는 생활의 게으름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주님께서 일깨워주시는 나태란 
    영성적인 것과 윤리적인 덕을 지겨워하고 싫어하는 것을 뜻하니까요. 
    즉 덕을 실천하기를 미루거나 
    덕에 따르는 수고나 어려움을 피하려는 꼼수가 곧 나태입니다. 
    한마디로 영혼의 게으름이지요. 
    그것은 영적으로 게으를 때, 분심이 생길 수밖에 없고 
    분심으로 인해서 우리 마음이 계속 동요하기 때문입니다.
    나태, 즉 영혼의 게으름이 심각한 악습인 이유가 쉬이 느껴지시지요? 
    영적으로 게을러지면 성경 말씀에 대해서 거부감이 일어나게 됩니다. 
    복음을 실천하는 삶이 손해라고 계산하게 됩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말씀대로 실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신을 희생하려는 의지적 노력이 필수인데 
    그 점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영혼이 나태해질 때 진리를 수용하지 못하여 
    마침내 하느님의 구원 사업을 거부하는 엄청난 결과를 낳게 됩니다.
    결국 나태가 은총도 구원도, 성사도 필요 없는 것으로 치부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하물며 하느님과의 관계를 견딜 수 없는 무거움으로 받아들이도록 만듭니다. 
    그분께 가까이 다가가면 생고생이라는 생각에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하게 합니다. 
    이렇듯 나태의 삶에 빠져들면 주일미사의 의무와 단식의 의무도 귀찮아집니다. 
    끝내 회피하는 결과에 이릅니다. 
    투덜대고 그분을 외면하고 따돌리며 사랑과 거리가 멀어지게 됩니다. 
    마침내 선에 대한 증오심까지 품게 만드니 진정 무서운 악습입니다. 
    이 사실을 두렵게 받아들여 주십시오. 
    알베리오네 신부가 
    “게으른 사람은 악마의 일을 거드는 것이니, 
    게으름은 어떤 일이 있어도 피해야 한다.”라고 했습니다. 
    주님께서는 복음 선교에 게으름을 피우며 온 정성과 온 마음을 쏟지 않고 
    하느님의 말씀을 안에만 가두어 두는 모습을, 
    홀로 주님의 것을 가로채 듯 묵혀 두고 있는 마음을 
    나태한 삶이라고 지적하십니다.
    “믿음이 없는 세대”라고 꾸짖으십니다. 
    때문에 바오로 사도는 
    “게으른 사람이 되지 말고, 약속된 것을 믿음과 인내로 
    상속받는 이들을 본받는 사람이 되라”(히브 6,11-12)고 간곡히 일러주었지요. 
    나태는 영적 게으름이며 태만입니다. 
    그러기에 맨날 결심하면서도 전혀 변화되지 않고 살아간다면 깨어나야 합니다. 
    미사에 빠지지 않고 하느님의 축복에 대한 감사를 빠뜨리지 않고 
    하느님께 합당한 예물을 바치겠다고 골백번을 결심하고, 
    믿음생활을 제대로 하겠다고 마음먹고 
    기도로 아침을 열겠다는 수만 번을 다짐했을지라도 
    실천하는 행동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입니다.
    ‘생각대로’ 몸이 움직이는 것이 실천이고 
    생각에 따라 생활할 때에 삶의 변화가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나태한 생각을 고치게 되시길, 
    게으른 마음과 행위를 벗을 수 있게 되시길, 
    하여 진정 당신 나라를 확장시키는 용사로 우뚝 서시길…… 기도합니다. 
    아울러 그분을 모시고 성실히 노동하지 않는 게으름이 ‘악습’이듯, 
    그분을 모시고 쉬지 못하는 삶도 역시 그
    분께 온전히 의탁하지 않는 불신의 행태임을 기억하시길 당부 드립니다.
    부산교구 장재봉 스테파노 신부